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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의 끼니] 중국식 부세 간장조림 ‘홍소황화어

새로운 바람 2022. 4. 15.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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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의 끼니] 중국식 부세 간장조림 ‘홍소황화어’

조기는 조선시대 500년 동안 가장 사랑받은 생선이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조기는 봄이 되면 한반도 서해안을 따라 회유했다. 봄의 서해바다는 조기잡이 배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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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는 조선시대 500년 동안 가장 사랑받은 생선이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조기는 봄이 되면 한반도 서해안을 따라 회유했다. 봄의 서해바다는 조기잡이 배들로 장관을 이루었다. 조기 떼를 좇느라 육지로 돌아올 여유가 없었다. 바다 위에서 수백 척의 배가 모여 거래가 이뤄졌으니 이를 ‘조기파시’라 했다. 봄에 잡은 조기들을 모두 전남 영광군 법성포로 집결했다. 법성포 인근에서 생산된 소금에 재우고 법성포의 바람으로 말려 굴비를 만들었다. 굴비라는 염장건조 덕분에 해안과 내륙을 막론하고 조기는 일 년 내내 먹을 수 있는 생선이었다.

그런데 아무리 지능이 떨어지는 생선이라도 수백 년 동안 같은 변을 당하면 대책을 강구하기 마련. 조기는 이제 서해 쪽으로는 눈도 돌리지 않는다. 추자도 인근에서 돌아간다. 몸집도 예전처럼 크게 키우지 않는다. 조상님들이 너무 드시는 바람에 후손들이 먹을 게 없다. 대신 부세가 그 역할을 대신한다. 하지만 한국인은 조기와 부세를 엄격히 구분한다. 아무리 작아도 조기는 조기고, 아무리 커봐야 부세는 부세다.

그럼 같은 바다를 공유하고 있는 중국은 어떨까? 중국에서는 조기와 부세를 딱히 구분하지 않는다. 표면이 찬란한 금빛을 띠고 있어 두 어종 모두 ‘황화어(黃花魚)’라고 한다. 안 먹는 게 없는 중국인이지만 조기와 부세에는 시큰둥하다. 산둥성 일대 해안지역의 향토음식 정도로 남아있다. 즐겨 먹는 생선은 아니지만 잡기는 많이 잡는다. 오늘날 한국인이 먹는 굴비의 대부분은 부세를 말린 것이고, 그 부세는 대부분 중국산이다.

최근 중국 산둥성 옌타이시 출신의 요리사가 만든 부세조림을 맛봤다. 중국식 이름으로는 ‘홍소황화어’. ‘홍소’는 재료를 볶은 후에 된장 간장 등을 사용해 조려내는 일종의 중국식 조림이다. 홍소황화어는 먼저는 삼겹살을 첨면장으로 볶아 소스를 만드는 것으로 시작한다. 첨면장은 밀가루와 콩을 함께 발효시켜 만든 짙은 갈색의 장으로, 짜장면을 만드는 춘장의 원조 격이다. 생선요리에 웬 삼겹살이냐고 했더니 지방이 많은 삼겹살을 함께 볶아야 깊은 맛이 난다고 했다. 조리법은 의외로 단순해서 소스를 볶은 다음에 부세와 두부를 넣어서 양념이 배어들도록 충분히 조리기만하면 끝이다.

과연 어떤 맛이 날까 궁금했다. 조림 양념을 한술 뜨는 순간 깜짝 놀랐다. 영락없는 조기매운탕 맛이다. 양념을 충분히 흡수한 부세 살과 두부 역시 굉장히 익숙한 맛이다. 고수를 살짝 곁들이니 그때 비로소 중국음식 다운 풍미가 느껴졌다. 음식에 몰입한 내 옆에 있던 요리사가 던진 말은 더 놀라웠다. 자신들은 홍소황화어를 하루 묵혔다가 먹는 걸 선호한단다. 하루쯤 묵힌 양념에 밥을 비벼 먹으면 그렇게 맛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먹는 내내 밥 생각이 간절했던 내 의도를 정확하게 읽고 있었던 셈이다.

밥이 주식이고 같은 바다에서 먹거리를 얻으니 먹는 법도 비슷한 건 당연한 이치. 그래서 음식은 차이보다는 다르지 않음을 확인하는 매개체다. 양념이 다르고 조리법이 달라도 결국 조기나 부세에서 기대한 맛은 한국이나 중국이 다르지 않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앞으로는 부세라고 절대 가볍게 보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맛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