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짜장에 담긴 30년 세월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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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 세워진 사찰이 백년가게가 됐다. 과거·현재·미래가 공존하는 곳이다. 흘러내린 외벽 틈 사이로 황토가 빼꼼히 모습을 드러낸다. 일본식 건축을 딴 지붕, 중국식 내부 풍경, 그런데 어색하지 않다. 밀어 버려도 시원치 않을 건물이 정겹기만 하다. 묘한 감정이다. 1970년대로 회귀한 듯한 이곳 백년가게에 괜스레 정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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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양의 희로애락
인천시 중구에 있는 중식당 ‘신동양’의 첫 대면은 여느 백년가게 못지않다. 구설로 전해지는 창업은 1960년대이다. 어머니 고(故) 국회련 여사가 1대 창업주이고 현재 아들 유영성(55)씨가 가게를 이어받아 운영 중이다. 이들 가족은 대한민국에 정착한 화교이다. 모계로 따지면 3세대 화교이다. 그래서 유 씨의 국적은 타이완이다.
신동양의 창업은 화교라면 으레 겪었을 ‘수난사’에서 시작됐다. 박정희 대통령 당시 시행됐던 화교에 대한 규제로 유 씨의 부친이 사업을 그만두면서 어머니가 먹고살기 위해 시작한 게 신동양이다. 유 씨는 "부친이 화교 신분으로 사업을 할 수 없어 차명으로 운수업을 운영했다. 하지만 당시 명의자가 본인이 실소유주라고 주장하면서 하루아침에 회사를 빼앗겨 어머니가 중국집을 운영하게 됐다"고 창업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늘 형제들과 뛰어놀던 앞마당이 중식당으로 바뀌게 된 기구한 사연을 듣자니 숙연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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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시작한 중식당이다 보니 아무 탈이 없다면 더 이상한 일이었을 게다. 가장 골칫거리가 주방장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사고를 치는 통에 음식점 운영이 여간 어렵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내놓은 ‘고육지책’이 바로 유 씨가 주방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당시 유 씨의 나이는 16살. 2015년 뇌경색으로 주방 일에 손을 놓기까지 장장 30여 년을 주방장으로서 신동양을 이끌어 온 것이다. 솜씨 역시 타고났다. 한때 서울의 대표적인 중국음식점 ‘하림각’에서 3년여 조리장으로 일한 경력이 유 씨의 솜씨를 말해 주고 있다.
유 씨는 "인천 올림푸스호텔 중식당 주방장에게 사사했다"며 "2002년 월드컵 대회를 맞아 서울시민과 한국을 방문한 중국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중국 본류 음식엑스포’에 심사위원으로 초빙되는 영광을 얻기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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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는 정, 가는 정, 미운 정 다 품은 ‘신동양’
신동양의 운영 철학은 ‘온 손님이 배부르게 먹고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인근 정미소 노동자를 위한 어머니의 배려라고 한다. 당시 신동양 근처에는 삼화정미소, 고려정미소, 협신정미소가 운영 중이었는데 1천여 명에 달하는 노동자들이 일했다. 특히 이곳 거리는 저녁 때면 번뜩이는 유흥가로 변하는 탓에 새벽녘까지 일하는 유흥점 직원들에게 신동양은 유일한 안식처였다.
그런데 쌓여 가는 명성에 불청객도 생겨난다. 인류 문명과 같이 태동한 ‘동네 건달’이 그들이다. 와서 돈 내놓으라고 ‘생떼’ 부리는 건달들의 등쌀에 벌어진 유명한 일화가 있다. 바로 유 씨와 동네 건달 간 벌어진 ‘생사결’이다. 가족 생계가 달렸으니 더 이상 피할 수도 없는 유 씨였다. 그래도 믿는 구석이 있던 그다. 주방에 있는 넓적한 중식도로 위협해 볼 만했을 터인데 유 씨에게는 더 막강한 무기가 있었으니 바로 시뻘겋게 달궈진 국자다.
유 씨는 "동네에서 험악하게 생긴 건달들이 행패를 부리면 주방에서 길이가 1자반(약 45㎝) 정도 되는 국자를 들고 뛰쳐나와 면상에 휘두르면 상황이 종료되더라"며 "그 일이 있은 후 형님·동생으로 잘 지내는 사이가 됐다"고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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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급 요리 신동양
음식 얘기가 나오자 머쓱해진 유 씨다. 그래도 부창부수라고 그의 아내 석현숙(50)씨가 신동양 메뉴 소개를 맛깔나게 풀어낸다.
신동양의 대표 음식은 유니짜장이다. 돼지고기를 갈아서 잘게 썬 채소와 춘장에 볶아 내는 이 음식은 유명 블로그와 방송국에서도 소개할 정도로 유명세를 탔다. 처음 먹어 본 고객들까지 엄지를 내미는 등 으뜸으로 쳐 주고 있다. 탕수육 역시 신동양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리이다. 석 씨는 "겉이 바싹한 탕수육을 한 입 베어 물 때 그 부드러움에 손님들이 반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석 씨가 추천하는 요리는 크림새우이다. 바싹 튀겨 낸 새우에 고소한 크림소스를 끼얹어 내놓는 크림새우는 유 씨의 연애시절 비장의 무기였다. 석 씨는 "같은 회사 직원들과 가끔 여기서 회식을 하면 크림새우를 해 주는데 나중에는 VIP 회식 때 늘 부탁하는 요리가 돼 있더라"고 말했다.
요리 솜씨가 남달랐던 만큼 1980년대 유 씨가 받은 월급은 400만 원이었다. 당시 공무원 월급이 15만 원이었으니 일류 요리사로 대우받은 것이다. 신동양에서 가장 잘나가는 요리는 3가지로 전가복, 탕수육, 크림새우(칠리새우)이고 식사 메뉴는 유니짜장, 삼선짬뽕, 짬뽕밥 등이 있다.
신동양:인천시 중구 서해대로 449번길 52, ☎032-773-98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