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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자료

소래포구 주꾸미 '실종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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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오전 11시 인천수협소래공판장. 수도권 최대 관광지로 알려진 소래포구어시장은 여느 때와 달리 한산했다. 공판장 우측 길로 돌아 들어가면 배들이 갯벌위에 비스듬히 기울여 정박해 있었다. 간조 시간이 오전 7시10분임을 고려하면 연안에 나가 한창 어업을 해야 할 배들이다. 공판장 수족관의 형편 또한 좋아 보이지 않는다. 경매시간을 앞두고 가득 차 있어야 할 수족관에는 고작 십여 개의 망태기가 전부다.

경매를 10분 앞둔 오전 11시50분. 싸늘한 공판장 분위기와 다르게 경매를 알리는 힘찬 벨소리가 울려 퍼졌다. 공판장 물수조 앞으로 8~9명의 선주들이 느릿느릿 모여들었다. 그나마 전날 오후 조업으로 잡아 올린 수산물을 경매에 붙이기 위해서다. 이날 경매에는 홍어와 광어를 비롯해 ‘딱새’로 불리는 갯가재까지 5~6개의 어종이 저울 위에 올랐다. 정작 제철 어종인 주꾸미는 공판장 수조에서 모두 꺼내봐야 40㎏남짓이다. 특히 보여야 할 봄철 주꾸미는 손을 꼽을 정도다. 봄철 주꾸미에 한창 열 올라야 할 경매장에 ‘흉년’이라는 푸념까지 들려온다.

선주 이모(69·여)씨는 “주꾸미가 없어. 기름 값도 안 나와. 한 집에 1가구(약 20㎏)도 안 되는데 선원들 월급은 어떻게 주나. 큰일 났어”라며 울상을 지었다.

이날 오후 2시께 열린 경매장도 오전과 마찬가지였따. 걷어 올린 주꾸미가 30㎏이 채 되지 않았다. 오전오후 모두 합쳐봐야 618㎏. 소래포구 명물 주꾸미 철에 주꾸미가 없는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소래포구에서 생물주꾸미를 맛보기는 ‘하늘에 별따기’다. 지난주 경매 낙찰가가 ㎏당 4만 원에서 4만3100원까지 치솟으면서 소래포구에서 난 생물주꾸미를 밥상머리에 올리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쭈꾸미 품귀 현상이 언제 끝날지는 기약조차 할 수 없다. 지난 한 주(3월18~24일)동안 경매에 올라온 주꾸미는 4만4274㎏이 고작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경매로 나간 주꾸미 8만3049㎏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사라진 주꾸미만큼 조업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소래포구 어부들의 수익도 반토막 났다.

이영훈 경매사는 “3월 한 달 경매 상황을 보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억 원가량 손실을 봤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봄철 주꾸미의 조업불황은 전년도 가을철 낚싯배들의 무분별한 남획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해양수산부가 지난해 실시한 ‘낚시어선 조획량 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꾸미의 낚시 어선 조획량은 1729톤으로 집계됐다. 이는 연근해 어업 전체 생산량인 2204톤 대비 77% 수준이다. 취미생활로 잡은 주꾸미조업양이 생계로 잡아 올린 어획량과 맞먹는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