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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자료

[김준의 맛과 섬] [100] 백령도 노래미찜

백령도 실향민들은 조상님에게 올리는 제물로 우럭을 쓴다. 조기가 떠난 자리다. 우럭 양식이 활발하니 그럴 일은 없겠지만, 하늬바다에서 우럭마저 떠난다면 그 자리는 십중팔구 노래미가 차지할 것 같다. 생선 값으로 따진다면 넙치가 으뜸이요, 우럭이 다음이다. 노래미가 셋 중에는 가장 헐하다.

노래미는 까나리 다음으로 백령도에서 많이 잡히는 어물이다. 주민들은 놀래미라 부른다. 이 노래미를 인간보다 더 좋아하는 주인공이 점박이물범(천연기념물 제331호·멸종위기 야생생물2급·해양보호생물)이다. 봄부터 가을까지 백령도와 가로림만을 찾는 해양포유류이다. 한때 황해에 8000여 마리가 발견되었지만 지금은 1500여 마리가 서식한다. 그중 백령도를 300여 개체가 찾고 있고, 서천과 태안 사이 가로림만에서도 10여 마리가 관측되고 있다.

노래미는 통발로 잡고, 낚시를 이용하기도 한다. 또 까나리를 잡는 그물에 들기도 한다. 특히 물범들이 많이 서식하는 백령도 하늬바다는 어민들도 많이 이용하는 어장이다. 그곳은 해조류가 잘 자라 노래미와 우럭이 많은 곳이다. 노래미를 쫓는 물범이 나타나면 까나리나 노래미는 혼비백산 줄행랑을 친다. 물범은 심지어 그물에 갇힌 물고기를 탐해 어구를 훼손하기도 한다.

어민들과 물범은 견원지간이었다. 이런 관계가 한 환경단체의 10여 년에 걸친 노력으로 시나브로 바뀌더니, 이제 물범을 보호하는 주민 모임이 만들어지고 백령바다를 깨끗하게 지키는 일에 나서고 있다. 주민들의 삶터인 어장을 물범쉼터로 내주기도 했다. 사실은 어장 이전에 바다는 물범의 삶터였다. 덕분에 백령도는 안보관광이 아니라 생태관광으로 전환할 수 있게 되었다. 최근 물범의 주요 서식지인 백령도 하늬해변과 진촌리 일대가 ‘국가생태관광지’로 지정되었다.

이제 노래미는 옛날 노래미가 아니다. 국가가 보증하는 생태관광지역에서 서식하는 어류이다. 여느 지역에서 잡히는 노래미와 다른 가치를 지니는 이유다. 공존의 바다가 선물한 노래미를 특산품 판매장 어디에서나 구할 수 있다. 또 식당에서는 맛있는 노래미찜도 맛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