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사흘 동안 손님 구경도 못했어요. 연말 대목은 옛말이고 지난 크리스마스이브 때 반지 두 개 겨우 팔았네요.”
27일 서울 종로 귀금속 도매상가에서 7년째 장사하고 있다는 주모(43)씨가 말끝에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귀금속 도매상가 20여 곳이 몰려 있는 종로 귀금속 거리는 날씨처럼 얼어붙은 모습이었다. 가게를 드나드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점포 상인들은 하릴없이 창밖만 내다보고 있었다. 사실상 장사를 접고 ‘임대’ 푯말을 붙여놓은 곳도 적지 않았다.
국내 귀금속 유통의 중심이었던 종로 귀금속 도매상가가 최악의 불황으로 휘청거리고 있다. 코로나 확산 이후 돌잔치·결혼식이 대폭 줄면서 귀금속 수요가 급감한 데다, 최근 금값까지 치솟으면서 고객 발길이 아예 끊겨버린 탓이다. 반면 백화점의 까르띠에·티파니·쇼메 같은 명품 업체가 취급하는 고가 귀금속 일부 상품은 수개월을 기다려야 구할 수 있을 정도로 인기다. 코로나 이후 소비 양극화가 국내 귀금속 시장까지 덮친 것이다.
■얼어붙은 종로 귀금속 거리
국내 귀금속 시장 규모는 2016년 6조6576억원을 기록하며 정점을 찍은 뒤 내리막이다. 젊은이들이 결혼을 미루고 애도 덜 낳아 결혼식·돌잔치 수요가 위축된 데다 코로나 이후로는 예식이나 모임을 할 수 없게 되면서 타격을 입게 됐다. 국내 민간 연구기관 월곡주얼리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작년 국내 귀금속 시장 규모는 5조4117억원으로 전년보다 1.6% 줄어들었다. 최근 2년 넘게 예물이나 돌 반지를 사러 오는 손님이 줄어들자, 종로 귀금속 가게 업주 상당수는 일하는 직원을 거의 다 내보내고 홀로 가게를 지키고 있었다. 금은방 가게 주인 김모(35)씨는 “작년 매출은 30% 줄었고 올해는 거기서 반 토막이 났다”고 말했다.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대체자산인 금값이 치솟은 것도 귀금속 시장을 얼어붙게 하고 있다. 올해 초 1g당 6만1000원대까지 떨어졌던 금값(매매기준율)은 11월 이후 7만원 안팎으로 크게 올랐다. 또 다른 금은방 상인은 “금값이 오르면 세공비 등이 들어가는 금 제품 가격은 두 배 가까이 뛴다”고 말했다.
■까르띠에 반지는 없어서 못 산다
반면 국내 백화점의 해외 수입 명품 주얼리 매장은 대기표를 뽑고 몇 시간씩 기다려야 겨우 입장할 수 있을 만큼 호황이다. 28일 오전 서울 명동 한 백화점의 유명 주얼리 매장에 들어가서 대기표를 뽑았더니 ‘31번’이었다. 오전 내내 기다려도 들어갈 수 없어서 입장을 포기하는 손님도 있었다. 각종 혼수 구매 후기가 올라오는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까르띠에·불가리·쇼메·반클리프 아펠 같은 매장에서 일부 인기 제품을 구하기 위해 석 달 넘게 기다렸다는 글만 수십 건이 검색된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최근 물류 대란으로 상품이 늦게 오는 경우가 많은 데다, 해외여행을 가지 못하는 대신 그 돈을 연말 선물이나 예물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면서 “인기 상품은 6개월 넘게 기다리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백화점 매출을 견인하는 것도 이런 해외 수입 귀금속이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수입 명품 귀금속 매출은 매년 30% 증가해왔는데 올해는 68.2% 급증했다. 고가(高價)의 수입 귀금속이 명품 시장 매출 증가를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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