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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자료

[김준의 맛과 섬] [156] 인천 영종도 연포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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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의 맛과 섬] [156] 인천 영종도 연포탕

인천공항으로 가는 길에 차장 밖으로 붉게 변해가는 칠면초를 만났다. 이제 가을로 가는 모양이다. 칠면초 서식지 갯벌을 경계로 조간대 상부에 농게가, 하부에 칠게들이 많이 서식한다. 몇 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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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으로 가는 길에 차장 밖으로 붉게 변해가는 칠면초를 만났다. 이제 가을로 가는 모양이다. 칠면초 서식지 갯벌을 경계로 조간대 상부에 농게가, 하부에 칠게들이 많이 서식한다. 몇 년 전까지 이곳에는 플라스틱 통을 빼곡하게 묻어 칠게를 잡기도 했다. 다행스럽게 한 시민단체의 노력으로 불법 어구들은 사라졌다. 영종도뿐만 아니라 서해 갯벌 곳곳에 칠게가 살고 있다.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한국의 갯벌’ 깃대종으로 손색이 없다. 칠게를 정말 좋아하는 생물이 낙지다. 칠게가 많은 갯벌에 낙지가 많다. 이런 먹이사슬 때문에 칠게를 미끼로 ‘주낙’이나 ‘통발’을 이용해 낙지를 잡는다.

영종도의 오래된 낙지잡이 어법은 통발이나 주낙이 아니라 ‘붙임낙지’이다. 먼저 낙지 서식굴을 찾아 조심스럽게 호미로 파헤치면 맑게 고인 물이 나타난다. 검지와 중지를 잘라낸 장갑을 낀 손을 구멍으로 집어넣는다. 굴 안에 머물던 낙지가 긴 다리를 내밀고 망둑어로 착각한 것인지 손가락을 지나 손안으로 들어온다. 이때 재빨리 잡는다. 그래서 붙임낙지라고 한다. 붙임낙지는 봄보다는 가을에 많이 한다. 봄에는 목이 길고 날이 뾰족한 낙지호미를 이용해서 잡는다. 조차가 큰 영종도 조간대 상부 갯벌은 단단하다. 그래서 날카롭고 목이 긴 호미로 서식굴의 흙을 떠내서 잡거나 붙여서 잡는다. 봄보다 가을에 붙임낙지가 유용한 이유가 명확하지 않다.

영종도 주민들은 펄 갯벌에서 낙지를 잡고, 모래 갯벌에서 동죽과 맛을 잡았다. 그렇게 잡은 낙지는 살아 있는 채로, 동죽과 바지락 등 조개는 삶아서 조갯살을 말려 만석부두로 가지고 나가 팔았다. 말린 조갯살은 주로 중국집에서 가져갔고, 살아 있는 낙지는 상인이 가져갔다. 낙지를 잘 잡는 사람은 하루에 100여 마리를 붙여 잡았다. 인천공항과 경제자유구역으로 개발되기 전까지 갯벌은 영종도 사람들에게 일터였다. 그때 잡은 낙지로 즐겨 먹었던 것이 연포탕이다. 영종도의 예단포에서 그때 먹었던 연포탕을 만났다. 남도에서 식사를 위한 탕으로 먹는 연포탕과 달리 영종도 연포탕은 육수에 채소를 넣고 끓이다가 살짝 데쳐 먹는다. 낙지볶음보다 연포탕을 즐겼다고 한다. 예단포 산책길에 삼형제 섬으로 지는 노을이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