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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에 쌓여있던 옥 유물의 원석산지, 발품팔아 찾아냈다
전국 각지에서 출토된 옥 관련 유물이 제법 된다. 그러나 재료로 쓰인 옥의 산지는 지금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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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각지에서 출토된 옥 관련 유물이 제법 된다. 그러나 재료로 쓰인 옥의 산지는 지금까지도 밝혀지지 않았다. 그랬으니 출토된 옥제품이 수입산인지 국내산인지조차 구별할 수 없었다.
그런데 최근 선사~고대에 대롱옥과 곡옥을 만들었던 옥류의 원석산지를 8곳이나 확인한 학자가 있다. 박홍국 위덕대 박물관장은 최근 간행된 학술지 <야외고고학> 제33호에 실린 ‘옥류 원석탐사’ 논문에서 “충남 서산 등 8곳에서 천하석·연옥류(2종)·수정·칼세도니(옥노수)·마노·벽옥 등 다양한 옥류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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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관장이 옥류를 찾아낸 곳은 서산(천하석)을 비롯, 경북 울진 불영계곡(연옥류·마노), 봉화 소천면 현동천(연옥류), 울주 언양읍 작괘천과 경주 산내면 대현리(수정), 강원 원주 신림리(칼세도니), 포항 구평리 해안(마노·벽옥), 경북 산청 옥산리(불명의 옥류) 등이다. 이중 천하석(Amazonite)과 벽옥(Jasper)은 주로 청동기 시대 곡옥과 대롱옥의 재료로 쓰였고, 특히 천하석은 그 시대를 상징하는 옥이었다. 천하석은 준보석으로 쓰이며, 반투명의 밝은 청록색을 것은 비취의 일종으로 보인다. 삼한시대에는 주로 수정과 마노를 재료로 곡옥과 다면옥을 제작했다. 그러나 선사~삼국시대의 옥유물 중 원석의 산지가 밝혀진 것은 없었다. 그저 수정 유물의 경우 울산 언양이나 경주 남산 일대일 것으로 추정하는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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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관장은 “2016년 말 동호인의 제보를 받아 충남 서산에서 다량의 천하석을 채집한 이후 23개월 동안 전국의 옥류 산지 탐사에 나섰다”고 전했다. 선사인들이 땅속 깊숙한 곳에서 옥류를 채굴하는 기술이 없었을 테니까 주로 강이나 개울, 해변을 집중 탐사했다. 아무래도 육지에서는 강물이, 해변에서는 배닷물이 침식작용을 하면서 돌을 한 곳에 모아주기 때문이다. 박관장은 “선사-고대인의 경우도 하천 바닥에나 해변에 붙어있던 희귀한 원석을 깨뜨려 손에 넣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하지만 탐사는 쉽지 않았다고 한다. 하천이나 해변이 오염되어 돌 표면에 이물질이 붙어있는 자갈이 많기 때문이었다. 돌과 돌이 서로 부딪치면서 표면이 마모된 경우도 많다. 이외에도 표면이 산화되어 속살과 전혀 다른 겉모습을 보인 옥류도 있었다.
박관장은 “물을 분사해서 돌의 재질을 확인하는 스프레이나 원석의 투명도를 확인하는 손전등 등이 필수장비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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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호인의 제보로 확인한 옥류산지는 충남 서산(천하석)과 강원 원주(칼세도니)였다. 박관장은 특히 “충남 서산에서는 지금도 천하석을 다량으로 채집할 수 있다”면서 “이로 미루어 볼 때 선사시대 경기도·충청도·전라도에서 출토되는 천하석제 유물 중 다수는 서산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박관장은 “천하석 산지의 바위에 남아있는 쐐기자국은 아마도 삼국시대까지 채석·가공된 흔적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박관장은 다량의 천하석이 채집되는 서산의 천하석 산지를 논문에 정확하게 기록하지 않았다. 박관장은 “소식을 듣고 많은 사람들이 마구잡이로 채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첨언했다.
흔히 ‘호주비취’라고도 하는 칼세도니는 강원 원주지역에서 채집됐다. 박관장은 육안으로는 녹색유리와 흡사한 칼세도니를 폐광산 앞 토석더미에서 찾았는데, 계곡 하류에서도 어렵지않게 채집할 수 있었다. 박관장은 “유물 중에 비취가 아닌 투명한 녹색옥으로 만든 곡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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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 구슬이 있다면 이 원석과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관장은 포항 장기면 뇌성산 북쪽에서 진행되던 포항 블루벨리 국가산업단지 공사현장에서 파쇄된 벽옥편이 땅바닥에 널려있는 것을 확인했다. 인근 해안에서도 벽옥과 마노 등이 확인되었으니 선사-고대인들도 이 두 곳에서 벽옥과 마노 원석을 채취했을 것이라는 게 박관장의 주장이다. 아닌게 아니라 황남대총 북분과 천마총 출토 곡옥 중에 벽옥으로 만든 유물이 각 3점이 있고, 금관총 유물 중에도 1점이 보인다. 박관장은 “경주 율동 석실분에서 출토된 벽옥제 곡옥도 관찰 결과 포항 벽옥 원석과 유사한 재질로 보였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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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관장은 또 삼국시대 곡옥 중 녹색·푸른색 곡옥을 일본산 비취로 분류됐던 그 간의 연구에 의문을 제기했다. 수입산인 일본산 비취를 쓴 유물도 있지만 일본산 비취와 비슷한 국내산 원석을 쓴 예도 제법 있을 것이고, 그런 면에서 색상이 녹색비취와 흡사한 원주산 칼세도니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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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관장은 “옥유물은 어느 시대나 최상위계층의 전유물인 보석류였다”면서 “옥유물의 원산지를 찾아 수습관계와 거리·교역상황을 함께 고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방룡 신라문화유산연구원장은 “경주의 신라고분에서 보이는 옥제품과 박관장이 찾아낸 원석을 비교해보니 거의 흡사했다”면서 “지금까지 유물에만 국한된 연구범위를 원석의 조달에까지 넓힌데 큰 의의가 있는 연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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