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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자료

[김준의 맛과 섬] [133] 영광 송이도 대맛조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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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의 맛과 섬] [133] 영광 송이도 대맛조개

추울 때가 비싸고, 비싸야 맛있다. 대맛조개를 채취하는 송이도 주민들의 말이다. 맛조개 중에 굵은 대나무처럼 크다는 의미지만 맛도 ‘대맛’이다. 모래 갯벌에서 서식하지만 동해 모래 갯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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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울 때가 비싸고, 비싸야 맛있다. 대맛조개를 채취하는 송이도 주민들의 말이다. 맛조개 중에 굵은 대나무처럼 크다는 의미지만 맛도 ‘대맛’이다. 모래 갯벌에서 서식하지만 동해 모래 갯벌에서는 찾을 수 없고, 서해와 남해에 서식한다. 겨울부터 초봄까지 제철이다. 모래밭 30센티미터 내외의 깊은 곳에 서식하며 수관을 길게 내밀어 바닷물 속의 먹이를 걸러 먹는다. 따라서 주민들은 끝을 갈고리 모양으로 구부린 50센티미터 이상의 꼬챙이 ‘써개’를 구멍에 넣어 빼낸다. 대부분 조개들은 이렇게 생존과 죽음이 구멍에서 결정된다. 주민들은 단단한 모래 갯벌을 발로 쿵쿵 밟아 물을 내뿜으며 수관을 움츠리는 사이에 구멍을 찾는다.

송이도에서 채취한 대맛조개는 영광군 염산면 설도항에서 구할 수 있다. 겨울부터 벚꽃이 필 때까지 어시장에 모습을 드러낸다. 이곳뿐만 아니라 인천의 소래포구도 한강 하구 풀등이나 섬 주변의 모래 갯벌에서 채취한 대맛조개를 판매한다. 송이도에는 대맛이 많이 서식하는 곳을 ‘맛등’이라 부른다. 송이도에서 각이도까지 약 3킬로미터에 이르는 모래 갯벌이 두어 시간씩 열린다. 이곳에서 대맛조개와 백합을 채취한다.

칠산 바다의 중심에 있는 송이도는 한때 조기 파시가 형성되기도 했고, 젓새우잡이의 중심이기도 했다. 섬의 남동쪽은 몽돌해변으로 유명하고, 맛등이 있는 북서쪽으로 모래 해변이 좋다. 영광으로 뱃길이 열리기 전에는 조기를 잡아 법성포로, 젓새우를 잡아 목포로 나가기도 했다. 하늬바람이 몰아치는 추운 겨울에도 주민들은 완전 무장을 하고 대맛조개 채취에 나선다. 겨울철에 이렇다 할 소득원이 없는 송이도 주민들에게 대맛조개는 효자 중의 효자이며, 겨울과 이른 봄 섬 밥상을 책임지기도 했다.

대맛조개는 된장국을 끓이거나, 돼지고기와 함께 주물럭을 만들어도 잘 어울린다. 가장 단순하게 찜이나 회로 먹어도 좋다. 대맛조개의 수관에 남아 있는 약간의 펄을 제거한 후 그대로 찌면 된다. 양념장을 올려도 좋다. 회로 먹을 때는 조가비와 살을 분리하고 내장도 제거한 후 물기를 제거하고 참기름 소금이나 초장을 찍어 먹으면 좋다. 대맛조개 살의 달콤함은 겨울도 좋지만 봄까지 먹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