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n.news.naver.com/article/032/0002918830
“어쩌다 한 번 오는 저 배는 무슨 사연 싣고 오길래 오는 사람 가는 사람 마음마다 설레게 하나.” 인천을 연고로 하는 SK 와이번즈 경기가 문학 경기장에서 열리는 날, 8회 초가 끝나면 울려 퍼지는 이 노래는 1979년 김트리오가 발표한 인천을 대표하는 ‘연안부두’다. 수많은 배가 오가는 인천항. 사람은 여객터미널로 오가고, 수출입 상품은 신항으로, 서해와 전국 각지에서 나는 수산물은 인천종합어시장으로 모인다.
인천종합어시장이 정식 명칭이지만 필자에게는 연안부두어시장이 입에 붙는다. 어린 시절 부평에 살 때 어머니나 아버지가 “연안부두 가자”고 하셨기에 연안부두가 더 익숙하다. 인천종합어시장은 1975년, 그 당시로는 동양 최대 크기로 시장을 열었다. 2019년 현재 수도권 최대 산지 어시장으로 선어, 활어, 건어물, 젓갈, 냉동 수산물을 파는 점포 500여개가 영업하고 있다. 어릴 때 연안부두는 저렴한 수산물을 사러 가는 곳이었다. 부평에도 큰 시장이 있었지만 어시장의 다양함과 저렴함을 따라가기엔 역부족이었다.
흔히 어시장은 횟감을 즐기러 가는 곳으로 생각한다. 서울에 있는 노량진수산시장, 강서수산물시장, 가락동수산물시장만 하더라도 회를 먹을 수 있는 곳들이 성업 중이다. 인천종합어시장(이하 어시장)에도 횟감 파는 곳이 있다. 여기서 꼭 맛봐야 하는 횟감이 있다. 코를 쏘는 냄새로 잘 알려진 어종이다. 코를 쏜다? 혹시 홍어? 어시장 내에 활어를 파는 곳과 마주 보며 홍어를 파는 집이 몇 집 있다. 홍어 하면 전라남도 신안군 흑산도나 나주 영산포를 생각한다. 홍어는 서해를 회유하는 어종, 인천에서 뱃길로 두 시간 가는 대청도에서도 많이 잡히지만 잘 알려지지는 않았다
외국산 한 접시 먹을 가격이면
대청도 생홍어 한 마리 통으로
양·값·맛 삼합이 맞아떨어진다
‘쌀밥 맛’ 봄철 주꾸미 알 대신
부드러운 ‘살맛’ 별미 즐겨보자
산란 전 풍부한 맛 배어나와
어시장 가까이 ‘밴댕이거리’
여럿이선 코스, 혼자면 비빔밥
한 술 뜨면 절로 입꼬리가 쓱
2010, 2011, 2013년은 대청도 인근에서 잡힌 홍어가 전라남도보다 훨씬 더 많았던 해다. 어획량은 전라남도 못지않다. 홍어는 비싸다. 국내 홍어의 생산량이 급감하면서 한때 마리당 100만원까지 올라 귀한 몸 대접을 받았던 적이 있다. 가격이 내려간 지금도 몇 십만원 한다. 제대로 삭힌 국산 홍어 한 접시가 10만원이 넘는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입 홍어도 몇 만원을 내야 한 접시가 나온다. 어시장에 오면 수입 홍어 한 접시 가격으로 국내산 홍어 맛을 제대로 볼 수 있다. 그것도 한 접시가 아니라 한 마리를 통으로 말이다.
홍어는 호불호가 갈리는 음식이다. 삭힌 홍어의 매력에 빠지면 헤어 나오기 힘들지만, 빠져들기도 힘들다. 홍어에 많이 들어 있는 요산이 숙성 과정에서 암모니아 가스를 발생해 특유의 향을 낸다. 익숙한 사람에게는 ‘향’이지만 누구에게는 ‘악취’일 뿐이다. 그래서 한없이 좋아하거나 싫어한다. 하지만 생홍어라면 말이 달라진다. 어시장에서 파는 홍어는 삭히지 않은 날것이다. 생홍어의 매력을 한마디로 이야기하자면 ‘찰지다’다. 밝은 선홍빛이 도는 회 한 점을 씹으면 차지게 씹힌다. 고기는 씹어야 맛이듯 홍어도 씹어야 맛이다. 홍어는 신 김치, 돼지고기 그리고 막걸리의 ‘사합’이 정석이지만 생홍어는 소금에 찍어야 제격이다. 초장도 좋지만 소금이 홍어회에 숨어 있는 단맛을 제대로 끌어낸다.
홍어 좋아하시는 장모님 드릴 요량으로 6만원짜리 한 마리를 골랐다. 크기에 따라 가격이 매겨지는데 어획량에 따라 가격 변동이 있지만 ㎏당 1만3000원에서 1만7000원 사이다. 한 마리를 골라 손질을 부탁하니 이내 껍질을 벗기고 배를 갈랐다. 부위별로 크게 자르고 포장을 한다. 탕 끓일 내장, 날개(지느러미)와 몸통, 그리고 홍어 별미 중의 별미 코와 애를 따로 포장해준다. 두 점 정도 나오는 볼살도 빠지지 않았다. 집에 와서 홍어집에서 알려준 대로 잘라 먹고 나머지는 냉장고에 며칠 두고 먹을 정도의 양이었다. 양, 가격, 맛 삼박자가 딱 맞아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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