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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이야기

[푸드립]17. 탕수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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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립]17. 탕수육

“저녁 뭐 먹었어?” “짬뽕.” “근데 9900원이나 나와?” “짬뽕 탕수육 세트 시켰어.” “왜 탕수육은 맨날 시켜. 재벌집 딸도 아니고.” 잔소리끝에 오버했다. 탕수육 좀 먹은 것 가지고 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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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수육이 들어온 것은 구한말이다. 인천 개항 이후 중국인들이 들어와 자리잡으면서 그들의 음식도 함께 전해졌다.

여러 자료와 책에는 탕수육이 중국 굴욕의 역사를 담고 있다는 설명이 나와 있다.

19세기 아편전쟁이 낳은 음식이라는 것이다. 아편전쟁 후 굴욕적인 강화조약을 맺은 중국에 많은 영국인이 이주해 왔다.

영국인들이 현지에서 느꼈던 가장 큰 불편함은 식생활문화였다.

특히 포크 대신 젓가락을 쓰는 것부터가 불편했다. 이 때문에 이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서투른 젓가락질로도 잘 집을 수 있는, 게다가 고기를 좋아하는 그들의 입맛에 맞는 요리로 개발한 것이 탕수육이라는 것이다.

영국인들이 많았던 광동 현지에서 이를 부르는 이름은 구라오러우로 이것이 광동식 탕수육이다.

동북지역의 탕수육은 꿔바로우라고 한다. 이는 같은 돼지고기 튀김인데 모양을 돈까스처럼 넓적하게 해서 튀겨냈고 새콤달콤한 소스를 낸 것으로,

하얼빈을 많이 찾았던 러시아인들의 입맛에 맞춰 개발된 것이라고 한다.

탕수육의 중국식 발음은 탕추러우다. 탕은 설탕을, 추는 식초를 의미한다.

돼지고기로 새콤달콤한 맛이 나게 하는 이 요리가 지역에 따라 고기모양, 튀김옷 재료, 소스와 만드는 방식이 다르다보니 자연히 이름도 다른 것이다.

탕수육은 기억 깊은 곳에선 고급 요리임에 틀림 없지만 최근 모습을 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한때 SNS에서 인기를 끌었던 ‘뷔페가서 절대 먼저 먹지 말아야 할 음식’ 따위의 리스트 기사에 탕수육은 김밥과 함께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었다.

여기에 대해선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지 모른다. 고급 호텔은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웬만한 결혼식장 뷔페 식당에 나오는 탕수육은 가느다란 고기에 두껍고 딱딱한 튀김옷이 입혀진 것이 대부분이다.

그저 강렬하고 자극적인 소스 맛 정도로 먹는다고나 할까. 게다가 요즘은 분식점 메뉴에도 탕수육이 갖춰져 있다. 현장에서 튀기는 것이 아니라 본사에서 나오는 냉동식품을 가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주문과 동시에 포장을 해서 가져갈 수 있다.

역시 딱딱하고 두꺼운 튀김옷에 가느다란 고기가 애처롭게 있다.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그저 밀가루 튀김 덩어리일 뿐인, 천덕꾸러기가 되고 만다.

딸아이가 종종 시켜먹었던 짬뽕 탕수육 세트에 나오는 탕수육도 추억의 고급 요리가 아닌 그저 민망한 먹거리다